햇살과 찬바람이 실랑이 버리고
아직은 진눈깨비 흩날리는데
발밑 들녘에선 벌써 봄이 꿈틀거린다
경칩맞아 개구리가 덜깬 하품을 하고
파릇파릇 새순들이 아장아장 걸어 나와 
앙증맞은 손으로 겨울 옆구리를 간지럽힌다
이제 그만 물러갈 때도 됐다고
봄은 늦장 부리지 말고 빨리 오라고
늦 겨울비 같기도 하고
이른 봄비같기도 한
아리송한 그 사이쯤 빗방울은 날리고
목련꽃망울은 솜털유아복 입고 
아기 옹알이 처럼 방긋거리며
수줍은 속살 들어내고
벚나무도 부옇게 물올라
연분홍빛 만발한 그날만 기다리는데
성질 급한 산수유는 겨울햇살 빌려 
어느새 샛노란 꽃망울 터트렸다
겨울은 쭈뼛대며 
물러날 눈치를 보는데
봄은 벌써 채비를 하고 길 나섰다
히끗히끗 눈덥힌 산자락은
아직 겨울에 발목잡혀
풀려날 줄 모르는데
강변 들새는 봄이 왔다고 
숲속 산새에게 알려주러 가야한다며
이른 새벽같이 일어나 
조잘조잘 부산을 떨어댄다
여린 추위는 이따끔 심술을 부려
아직 두꺼운 옷 벗어 던지지 못했는데
들풀은 과감히 겨울을 벗어 던졌다
봄은 저 멀리서 찾아오는게 아니라
자신속에 이미 싹튼 봄을 나눠줘야 한다며
그래야 겨울을 떠나보낼 수 있고
그래야 봄햇살도 찾아오고
봄바람도 소식듣고 달려 온다면서
3월을 걸어가다 보면 곧
시냇가 탐스런 버들강아지
봄햇살로 갈아 입고
매화꽃향기는 봄바람 타고 울타리 넘으면
개나리는 울타리 걸터앉아 깔깔대고
낮은 산 진달래도 붉은 마음 두근되겠지
그때쯤이면 나도 겨우
봄이 왔음을 눈치채려나